변명 하나 더 하겠습니다. 이건 우리만의 일이 아닙니다. 홈페이지는 만들고 끝이 아니라 계속 고칩니다. 배너 바꾸고, 공지 올리고, 메뉴 하나 빼고, 페이지 하나 붙이고. 그렇게 22년을 고치다 보면 어느 날 전체가 안 보입니다. 오늘 고칠 한 곳만 보입니다. 「홈페이지 제작」 메뉴는 그렇게 빠졌습니다. 언제 뺐는지 아무도 모릅니다. 그때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.
고객사에서 같은 일을 자주 봅니다. 특히 대표님이 직접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회사에서요. 대표님은 회사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라 오히려 못 봅니다. 자기한테는 너무 당연해서 사이트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안 합니다. 우리가 리뉴얼 상담을 가서 처음 사이트를 열어 보면 이런 것들이 나옵니다.
메인에 걸린 대표 제품이 2년 전에 단종된 것. 주력 사업이 바뀌었는데 메뉴는 옛 사업 순서 그대로인 것. 회사 소개 인사말이 전임 대표 이름인 것. 오시는 길 지도가 이사 전 주소인 것. 대표 전화가 없어진 번호인 것. 3년 전 채용 공고가 「진행 중」인 것. 그리고 제일 많은 게, 지금 이 회사가 진짜로 파는 것이 메뉴 어디에도 없는 것. 말도 안 되는 사고들인데, 말이 안 되니까 아무도 의심을 안 합니다.
이런 사고는 실력 문제가 아닙니다. 매일 보는 사람에게는 안 보이는 구조의 문제입니다. 그래서 우리는 고객에게 1년에 한 번은 「처음 온 손님」이 되어 첫 화면부터 눌러 보라고 합니다. 더 좋은 건 남에게 시키는 겁니다. 회사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「이 회사가 뭐 하는 회사예요?」 하고 사이트만 보고 답하게 하면 됩니다. 요즘은 그 남이 AI입니다. AI에게 우리 사이트 주소를 주고 뭐 하는 회사냐고 물으면, 손님이 보는 대로 답합니다. 우리도 그렇게 물어봤고, 답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 리뉴얼을 시작했습니다.